스트라이다 인치업

2010/04/23 15:43 from 문화생활
두괄식 한줄요약 : 16인치 순정 타이어를 18인치로 바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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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상원 의원, 에릭 아담스(Eric Adams)가 선거 자금 2000 달러를 써서 'Stop the sag'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지를 내려 입지 말자'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 하다. 젊은 사람들이 큰 바지를 내려 입기 시작한 데에는 어디 하나 확답을 주는 곳이 없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첫째론 교도소에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지급받아도 (자살 등의 사고를 우려하여) 벨트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두 번째로는 손윗 형제에게 큰 옷을 물려 입고 다녀서 은연중에 내게는 나이 많은 형들이 있으니 건들지 말아라는 묵언의 거들먹거림이었다. 이 두 가지가 근 10 년 남짓 바지 내려 입고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지만 그 어느 것도 정확하다고 확답하진 못하겠다. 
경찰 출신의 흑인 국회의원이 진행하는 캠페인이란 점을 따져 보면 엘리트 계층에 있는 성공한 흑인이 그렇지 못한 계층을 계몽하려는 목적이 크고, 유튜브에 올라온 홍보 동영상에 나오는 청년들의 과반수 이상이 흑인이니 미루어 짐작해볼 때 유권자층(아마도 바지를 내려 입는 청년들의 부모가 되지 않을까.)을 다분히 의식한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대한 반대하진 않는다. 아무리 다인종국가라고 하더라도 미국 사회에서 흑인은 하위 계층을 점하고 있는 것이 선입견이다 싶을 정도로 당연했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흑인에게는 어쩌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은 '90년대가 아니라서 XXL 사이즈의 옷을 입는 것은 유행에 뒤쳐진 축에 속하는지라 홍보 영상에서 This is not fashion trend가 아니라고 했던 것을 오롯히 수긍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복식예절에 맞지 않다면 고치는 게 옳다. 바지를 내려 입는 것에 정도를 운운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우스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저렇게 입고 다니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말했듯이 '90년대가 아니잖아.

다만, 뉴스를 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선은 다소 내려다 보는 입장이라 아쉽다. 캠페인에 찬성하면서 동영상에 나온 청년들을 힐난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여자, 나머지는 어른이다. 여자들은 저런 모습의 남자에게 전혀 호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 쪽은 어렸을 때나 하지 언제 하냐며 다그친다. 
각각의 호오를 이해한다쳐도 너무 매도당하는 느낌이다. 소수문화, 하위문화 따위는 개나 줘버리란 듯 몰이해의 테두리내에 있다. 이해받지 못하는 문화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벌써 2010년인데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90년대에 머물러 있고, 덕분에 몇몇은 '90년대의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게 살지 뭐.

유튜브에 올라온 캠페인 홍보 영상


로이터 통신 취재 영상, Men urged to pull up their pants



* 관련 링크
???, 뉴욕에 "'똥싼 바지' 그만" 광고판, 연합뉴스, 2010. 4. 2.
한솔로, 섀기 팬츠(saggy pants), 세월이 약, Soulounge, 2010. 4. 9. 
Steffie312, 이해안되는 미국남자들 유행 옷차림. Saggy pants, My Life In New York, 201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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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집에 가던 애가 말했다. "어차피 매일 보는 길이잖아." 어라, 그렇지. 생각해보니 5년째 같은 길을 오고가던 중이었다. 잠시 까먹었네. 묘하게 동의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애의 말을 시작으로 하교길은 점차 짧아졌다. 주말의 명화에서 축지법을 봤지만, 쓸 줄 몰랐던 우리는 대신에 부지런히 걸었다. 셋이 똑같은 걸 하고 있으니 재밌는 일 같기도 했다. 어차피 매일 보는 길이잖아.

그 후로 등교길을 3번 정도 바꿔가면서 점차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이 학교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걷는 속도는 5학년때 이후로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는 여자와 같이 가도 빨리 걷는다. 여자는 숨이 차다며 내 옷자락을 잡았다. 이해하지 못했다. 군대에 가서야 옆사람과 발 맞춰 가면 천천히 걸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여자와 걷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얼마 전, 5학년을 같이 걸었던 친구와 동네를 조금 걸었다. 지하철 역으로 2 정거장 정도. 수유역에 도착할 즈음에서야 친구는 따라가기 힘들다며 투덜거렸다. 마침 친구가 그의 여자친구와 걷는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던 타이밍이었다. 내심 실망해서 네가 그러면 안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뭐라 변명을 한 것 같았지만 들리진 않았다. 사내놈에게까지 걸음을 맞춰줘야겠냐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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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보다 큰 문제를 맞아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쌔빠지게 움직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 일이 다 그렇다. 그래, 사람 사이의 일이라 더 그랬다. 술은 생각을 늘여뜨려주었지만 손을 잡아주진 못했고 몇 년 전 끊은 담배까지 생각났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친구를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에 있는 이야길 털어놓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도 친구는 차분히 이야길 들어줬고, 그나마 나은 방향을 알려주었다. (물론, 새파랗게 어렸던 그들의 결론은 차선이기보다는 차악에 가까웠다.) 그는 친구가 앉아있는 자리가 고마웠다. 조금은 따뜻해진 것도 같았다. 그 친구는 이미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작은 위로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돈 한 푼 들지 않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 그런 말들 말이다.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자기는 이미 익숙해진 뒤라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는 그의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더 차가웁게 다가왔다. 피차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었기에 어찌할 수도 없었던 그는 친구의 처지를 내심 위로하곤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었다. 그에겐 큰 문제일지 몰라도 다른 이에겐 문제가 문제로 보이질 않을련지도 모른다. 막막한 기분에 따른 술잔은 넘쳐 흘러도 바닥이 훤히 보였지만 그는 왠지 눈 앞이 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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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마주쳐.

2010/04/06 16:51 from 내 이야기
본디 인사성 밝은 선량한 대한민국 청년이라 누굴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는 게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되어 있어 국민학교때는 동네 어른 뒤꼭지에다 대고 인사한다고 할머니에게 혼날 정도로 착하고 인사성 밝은 선량한 대한민국 청년이다. 하지만 사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보니 흥진세상의 풍파에 이기지 못해서 아는 사람에겐 모두 아는 척한다는 도덕 교과서스러운 긍정적인 자세는 아침녘 울리는 알람시계와 함께 꺼버렸다.

재작년쯤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동네 슈퍼 주인 아저씨의 차를 (스)친 적이 있는데, 별 문제 없이 끝난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로(그 이전엔 관심이 없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 슈퍼를 지나갈 때마다 늘 그 아저씨가 나와서 앉아있다. 삼양동 산지 4년이 다 되가지만 그 슈퍼에는 간 적이 거의 없기에 한 번도 인사를 하지 않았는데 출근길, 귀가길 가리지 않고 마주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저 슈퍼는 그렇게 장사가 안되나 부터 시작해서 저 아저씨는 내가 아는 척하길 바라면서 매일매일 밖에 나와있는 것인가. 까지  별 쓰잘데 없는 생각이 다 들지만 그래도 계속 무시한다.

국민학교 다닐 적에는 별 흑심도 없을 때였는데도, 무슨 속셈인지 몰라도 남들이 다니니까 다녀야 했던 집 앞 속셈학원에는 한 친구가 있었다. 눈썹이 진하고 키가 나랑 비슷했던 친구였는데 다른 건 잘 기억이 안나고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투명인간 뭐시기 이런 만화책이 있는 것만 기억이 난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속에 욕심이 없어지면서 그 속셈학원은 그만 두었고 당연히 그 친구와는 당연히 연락이 끊어졌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다.
근데 15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이라 함은 대략 3년이나 5년에 한번씩) 마주친다. 근데 이게 동네가 아니다. 종로에서 보기도 하고 몇 년 전에는 가리봉에서도 목격했다. 근데 만나도 할 말은 당연히 없고, 안녕, 응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내라 이러다가 얼마 전에 충무로역에서만 마주쳤을 때는 서로 엇? 하고 제 갈 길 갔다. 인연이 신기하지만 기다리진 않는다. 신기함만을 즐긴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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