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년 만에 다시 콘택트 렌즈를 끼고 나온 날, 자꾸 손이 오른쪽 눈썹에 부딪히고, 가운데 손가락이 미간에서 미끄러진다. 손가락에 플라스틱이 닿는 느낌이 없자 갑자기 눈 앞도 흐려졌다. 거울 안에서 반사되어 보이는, 안경이 없는 내 얼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렌즈를 끼고 있었지만 안경 없이는 못 살던 여느 때처럼 마음이 불안하다. 지하철과 거리가 여전히 북적대도 아무 것도 보이니 않으니 사람들 속에 있다기 보단 하나의 커다란 벽이 날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흐릿해서 더 익숙하지 않은 바깥은 낯선 만큼 더 어두웠다. 두려움에 하릴없이 서 있다가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니 그제서야 햇볕이 미지근해지고 암전된 거리가 점차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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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19 남의 일 같지 않은 아흔다섯 번째 내 이야기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