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만나면 꼭 공부에 관련된 이야길 한다. B와는 음악이나 여타 (소비)문화에 관련된 이야기. A에게도, B에게도 나는 언젠가 어떠어떠한 걸 할 거다, 살 거다, 이룰 거다 말을 한다. 사는 게 힘든 건지 게으른 건지 모르겠지만 6개월, 혹은 1년 만에 만난 A와 B는 그때를 회상하며 내게 묻는다.

그때 말했던 건?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오빠들 보면서 가슴 벌렁벌렁이는 여중생도 아니고 나는 책임지지도 못할 희망을 언제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뿌려놓았는지 크지도 않은 몸뚱아리를 숨길 쥐구멍을 찾지도 못해서 애써 태연한 척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중에 생각해본다. 뭐하다가 소홀해졌을까. 몇 가지는 시간이 걸려도 하고, 사고, 이루긴 했다만 늘어놓은 말들을 주워담으려면 참 바쁘겠다. 뭐부터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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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나 좀 놀았다 싶을 정도의 느끼함

작년에 갔던 자라섬에서는 공연장 맞은 편에선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들의 음반을 팔고 있었는데, 공연을 보는내내 현금을 쓸 필요가 없어서 지갑을 가져가지 않았기에 좋은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더라도 음반을 사야겠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현장판매치고는 딱히 저렴하지도 않았고...

재즈는 배경지식이 전혀 없으니, 사다오 와타나베를 포함한 3일 동안의 공연 모두 다소곳히 무릎 모으고 앉아서 고개만 끄덕이며 '와~'하면서 봤었다. 서울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서 회현동에 갔다가 그 때 그 할아버지의 이름을 발견. 얼굴로 시선이 내려가니 어우 이게 뭐야 하고 놀랐다. 자라섬에서의 사다오 와타나베는 살짝 퉁퉁한 체격에 넉넉한 인품을 가진 할아버지였는데 '83년의 그는 에스빠뇰~ 세뇨리따~ 할 간지로 트럼펫을 들고 있었다.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이름을 만나서 괜히 반가웠다. 덕분에 자라섬에서 음반을 안 산걸 여기서 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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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국악이라는 개념은 대중가요 커버곡을 만들기 위한 수단 혹은 광고에 수록된 음악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어렵지 않은' 국악을 들려주고 있더라도 딱히 손이 가지 않았다. 어찌 보면 매스컴에서 보여준 껍질만 보고 속까지 들여다 본듯 하지만 그만큼 흥미가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 앨범을 워낙 잘 듣기도 했지만, 꽃별의 앨범은 국악기로 사계를 연주하거나, GEE를 커버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해금을 그저 하나의 악기로서 음악 속에 스며들게끔 하였다. 어느 정도 선입견을 깔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의 어느 곡에서도 국악이 생각나지 않는다. 예산족이나 양방언처럼 무지막지하게 대단하고 독특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해금 연주자로 강은일보다 꽃별이 먼저 생각나는 것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꼭 국악기로 양악을 연주하거나, 양악에 꼭 국악 리듬을 넣는 등 왠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관념을 버린다면, 혹은 이 게 퓨전 국악이라는 시치미를 떼고 듣는다면 선입견으로 남아있는 것보다 꽤 좋은 음악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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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2009/05/24 02:25 from 흘려 듣는 이야기
늦게나마 사무실 텔레비젼을 켜보고나서야 세상 돌아가는 회전축에 껴들 수 있었다. 헛웃음만 뱉을 뿐 딱히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조용히 텔레비젼 화면만 쳐다본다. 그는 자신의 긍지와 명예를 제일 먼저 생각했으니 그랬을 거라고 혼자 애써 이해할 수 없는 토요일 낮을 합리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TV 뉴스 속 앵커의 멘트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겠더라. 퇴임한지 1년이 채 안된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기간 내에 자살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모든 걸 담아내지 못한다. 애써 시선을 돌리며 농담삼아 했던 말이 현실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때문에 불안감이 더 커진다.

그저 마음이 착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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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2년 만에 다시 콘택트 렌즈를 끼고 나온 날, 자꾸 손이 오른쪽 눈썹에 부딪히고, 가운데 손가락이 미간에서 미끄러진다. 손가락에 플라스틱이 닿는 느낌이 없자 갑자기 눈 앞도 흐려졌다. 거울 안에서 반사되어 보이는, 안경이 없는 내 얼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 렌즈를 끼고 있었지만 안경 없이는 못 살던 여느 때처럼 마음이 불안하다. 지하철과 거리가 여전히 북적대도 아무 것도 보이니 않으니 사람들 속에 있다기 보단 하나의 커다란 벽이 날 에워싸고 있는 것 같았다. 흐릿해서 더 익숙하지 않은 바깥은 낯선 만큼 더 어두웠다. 두려움에 하릴없이 서 있다가 질끈 눈을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니 그제서야 햇볕이 미지근해지고 암전된 거리가 점차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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