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들었다. 앞에 가는 두 남자. 종로에 어울릴 법한 정장 차림을 한, 그래서 더 중년같은 그들은 가까웠던 벗을 보낸 이야기를 그렇게 시작했고 똑같은 말을 하면서 이야길 끝맺었다.

고등학교땐가, 지구과학 선생님이 수업 중에 "우리 나이쯤 되면... 갑자기 친구들이 죽는다."는 이야길 슬쩍 하셨었는데, 교실 안에 앉아있는 아이들 모두가 실소와 박장대소로 어우러져 별안간 교실이 떠나갈듯 소란스러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 때 생각할 수 있는 죽음은 아픔과 늙음과 이어졌을 뿐이고, 그마저도 성성한 백발에 자글자글한 주름, 짙은 검버섯이 보이지 않으면 대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구과학 선생님의 연세를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백발도 검버섯도 없었기에 우린 당연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할 수 있는 외면의 한 켠쯤 되는 셈.

그 후론 제법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고등학교때 선생님과 대학교 교수님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대학교 쪽이 더 젊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건 알겠다. 이제 우리 부모님이 그 선생님들이랑 연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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