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까지 하면서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얼르고 달래고 쓰던 아이팟이었지만, 장사한지 일주일만에 돌아오는 부활의 기적이 남긴 후유증인지 홀드 버튼이 매뉴얼에서 오토로 바뀌었다. 혹여나 옷 속에서 쓸려 휠이 움직일까 염려했는지 인공지능으로 홀드된 상태를 유지했다. 근데, 여자애 토라진 것도 아니고 홀드된 상태에서 돌아오질 않았다.

작동은 하지만 사용하는 건 녹록치 않아서 급하게 아이팟 셔플을 사고 서랍 한켠에 쳐박아두었다. 그렇게 몇달을 지내다가 아이팟 배터리 폭발 소식이 나왔고, 리콜은 아니지만 폭발 우려가 있는 제품('05년에서 '06년 사이에 생산된)에 한해서 소극적으로 리퍼를 실시한다는 후속조치도 간접적으로 발표되었다. 우연하게도 내가 아이팟 나노를 산 시기와도 겹쳐서 리퍼 신청을 하면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교환받을 수 있다는 뉴스가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고, 이미 다른 아이팟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리퍼 소식에 목매진 않았다. 시간나면 에이에스 센터에 한 번 가봐야지 정도. 그러다 액정이 없는 mp3 플레이어를 쓰는 게 불편해졌다 싶을 즈음에 방학도 되고 해서 안되면 말지 하는 마음으로 프리스비에 가서 수리 신청서를 썼다.

정말로 교환받았다.

뒷면에 흠집 하나 안나 있는 것이 신기하긴 했지만 안 쓰는 걸 가져다가 새 걸로 교환받는다는 게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니었다. 내 건 고장났긴 해도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고, 충전하다가 C4처럼 펑 터져버릴 거 같진 않았기 때문에 black consumer가 된 셈이다.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들은 태반이 10 년 이상 되었는데도(보통 우리 또래는 조지루시 밥통 이런거 잘 모르잖아.) 내가 개인적으로 쓰는 것들은 그렇지 못해서 고등학교때부터 CDP에, MDR에, 휴대용 기기를 잘 잃어버리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지 이 걸 산지 5 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쓰고 있단 사실 자체가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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