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포럼에 앉아 있다 왔다. 출판 자체보다는 차라리 iPad에 더 신경 쓸 정도로 이쪽하고는 유리되있는 편인데, 공짜인데다 시간도 좀 남아서 강의 듣는다는 느낌으로 서울역으로 슥슥. 면접을 보고 가느라 발제를 처음부터 듣지 못했지만 대략 전자출판과 관련된 저작권 내용이 발제문에 있었고, 그 후엔 각각의 업계 관계자들의 토론시간으로 이어졌다.
출판사 측과 유통사 측 사이의 밀고 당기기가 가장 재밌는 볼거리였고, 그나마 DRM이나 판면권 등이 그나마 기억에 남을만한 주제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아무리 포털 뉴스의 IT 분야에 iPad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국내 상황에 대입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 출판계는 그렇게 깔끔하지 못하다.
단어 정리를 먼저 해보면,
DRM은 링크된 한글 위키에 따르면 '전자 권리 관리'로 번역되어 나오는데, 대부분의 DRM이 복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보면 사용권 제한 장치에 가깝다. 음원이나 전자책과 같은 무형의 전자 저작물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사용권을 얻는 것이라(소유권이 아니다.) 최근에 논란이 되었던 공중송신권 등의 배포 행위가 용인되지 않고 있으며, 그걸 납득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서 저작권자(제조사든 유통사든)에서 친절히 테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DRM. 판면권은 쉽게 말해 책의 레이아웃 등의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원래 종이책으로 있던 책을 전자화(digitalize)시킬 경우 종이책을 만든 출판사에서 편집한 디자인을 어떻게 할 것이냐도 아직은 미정인 모양이다.
판면권은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 걱정하긴 귀찮은 문제고, 다시 DRM으로 돌아가면 출판사 측과 유통사 측이 DRM을 대하는 관점이 제각각이다. 출판사 측에서는 DRM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서 꼭 필요하며 정확한 매출 확인을 위해서 DRM packaging을 출판사에서 직접 해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유통사 측을 대표해서 나온 교보문고 관계자는 애플과 아마존 등의 사례를 들며 DRM free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설득하려 했지만, 출판사 측 참석자 어르신들의 '어우 됐어 됐어 그만해'로 유야무야되었다.
재밌는 것은 출판사 측이 유통사 측을 전혀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확연하게 보였다. 게다가 전자출판을 위해서 출판사는 작가와 공중송신권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데 또 작가는 인터넷에 데인 게 많고 출판사를 신용하지 못해서 종이책 출판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모두 전자출판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란다. 그럼 소비자는 유통사를 믿지 않으면 업계의 순차적인 흐름을 좇게 되는 것인가 하는 우스개도 생각났다.
유통사 측에서는 역시 대기업이라 그런지 최신 정보에 밝은, 수유리스럽게 말하자면 인터넷 서핑을 가장 많이 한 것처럼 보였는데, '현재 출판사 분들이 팔고 있는 전자책은 전무 장물이다.' 등의 분위기 전환용 선전포고성 발언을 제외하고선 토론 내용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상대적이었는지 몰라도 출판사 측은 종이책에 대한 romance를 철학처럼 쥐고 있으면서 자기 이득에 대한 내용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여서 많이 아쉬웠다. 게다가 출판사에서 말하는 DRM 종류도 Adobe 한 곳 밖에 없어서 유난히 출판사 측의 빈틈이 많이 보였다.
전자책이 음원과 다른 큰 이유는 중간에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고 그 출판사가 저작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음원 유통에서처럼 저작인접권 따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포럼에서도 입법 관계자는 전혀 없었기에 자리에 없었던 정부가 동네 북 역할을 도맡아서 뒷담화를 들어야 했고 '저작권법 개정 시급'이 양 측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문구였다. 내 시급도 개정이 시급한데...
업계 사람들이 많이 왔던 포럼이라서 정작 소비자와 단말기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교보문고에서 삼성과 함께 만들었다는 단말기를 산 사람들의 충성도가 은근히 높았다는 점, 전자책 구매자들이 전자 기기에 밝은 젊은 세대가 아니라 원래 종이책을 읽고 있던 4~50대의 중장년층이었다는 교보문고발 짤막 소식이 가장 들을 만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소비자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전자책이 되느냐는 유통사 측에서 해결할 문제로 떠밀릴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유통사는 자사 전용 단말기를 포함한 다양한 포맷으로 받기를 원할텐데 현재로서는 출판사 측에서 그런 것까지 감담할 깜냥이 없다. 이건 뭔 상황인지.
iPad 발표 키노트를 보면서 문을 열고 집을 나서면서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 단말기로 책을 구입(다운로드)하고 지하철 안에서 출퇴근시간동안 책을 읽는 과정을 가장 내게 최적화된 행동일 거라 생각했는데, e-ink에 대한 호오를 차치하고서라도 업계의 대표라고 나온 사람들의 말이 이러하다면 한글 전자책을 당분간 제대로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 참고링크
전자책 시대, 저작권에 대해 논의하다
전자책 시장에 관한 간략한 보고서 (제 2회 저작권 포럼 자료 등 참조) via @yklee79